특정 시대, 특정 지역을 배경으로 하는 영화들에서는 그 시대와 지역을 식별하기 위한 랜드마크들이 등장합니다.
그리고 랜드마크는 주위의 경관 중에서 두드러지게 눈에 띄기 쉬운 것이어야 하기 때문에 보통 건축물들이 많이 등장하죠.
20세기 이후로는 비약적으로 발전한 주요 도시의 상징으로 초고층 건물이 빠지지 않습니다.
성공적으로 완성된 초고층 건축물들은 첨단 기술과 경제력으로 이룬 성취라는 점에서 자랑거리가 되기도 하지요.
또한 초고층 건축물들은 도시공간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고, 도시경관과 분위기를 바꾸는 거대한 설치작품이 되기도 합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경이롭고 멋진 초고층 건축물의 세계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구약성서의 창세기에는 바벨탑에 관한 짧고도 매우 극적인 이야기가 실려 있습니다.
높고 거대한 탑을 쌓아 하늘에 닿으려 했던 인간들의 오만한 행동에 분노한 신은 하나였던 언어를 여럿으로 분리하는 저주를 내립니다. 결국 바벨탑 건설은 혼돈 속에서 막을 내리게 됐고, 인간들은 다른 언어들과 함께 전 세계 각지로 뿔뿔이 흩어지게 되었죠. 물론 신화 속의 이야기지만 인류에게 오래전부터 하늘에 닿고 싶어 하는 욕망이 있었음을 알 수 있게 해주는 이야기입니다.
본격적인 초고층 건축붐은 19세기 말 미국 시카고를 중심으로 확산되었습니다.
시카고에서는 1871년 10월 8일부터 10월 10일까지 대화재가 일어났는데, 건물 17500채와 주택 7만여 채가 불타버리게 되었죠.
이 화재는 19세기 미국에서 일어난 화재 사건 중 가장 큰 규모였고, 이 화재로 인해 도심은 완전히 파괴되었습니다.
이후 도시를 재건하기 위해 건축가들이 몰려들었고, 시카고는 첨단기술을 동원한 고층 건축물의 경연장이 되었습니다.
이때 재건을 통해 시카고는 미국에서 가장 큰 경제중심지 중 하나로 성장하게 되었고, 하늘을 찌르는 듯한 마천루의 발상지가 되었습니다.
이후에는 뉴욕이 초고층 건축을 주도하게 되었고, 지금은 중국과 중동 국가들이 초고층 건축 열풍을 이어가고 있죠.
지금부터는 구체적으로 어떤 건축물들이 초고층 빌딩 열풍을 이어가고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세계에서 가장 높은
열 개의 초고층 빌딩에 대해서 살펴보겠습니다.
10위 국제상업센터
홍콩의 구룡반도 서부의 건설된 국제상업센터는 홍콩에서 최초로 100층을 넘긴 마천루( skyscraper )이며 홍콩에서 가장 높은 건물입니다. 2000년대 들어서 홍콩 섬에만 인구가 과하게 집중되자 홍콩 정부는 이를 분산시키기 위해 상대적으로 개발이 안 되어 있던 구룡반도에 유니언 스퀘어 단지를 건설할 계획을 세웁니다.
유니언 스퀘어 단지는 복합금융 무역단지로서 일곱 개의 건물로 이루어져 있었습니다. 유니언 스퀘어 단지의 착공은 2002년에 시작되었지만, 마지막 건물은 2007년에 착공이 시작되어 2011년에 정식적으로 개장하게 되었죠.
바로 유니언 스퀘어 단지 일곱 번째 건물이 국제상업센터였고, 홍콩의 랜드마크 역할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 빌딩의 100층에는 외벽이 통유리로 되어 있는 스카이 100이라는 전망대가 있어 해질 무렵의 석양과 야경을 구경할 수 있습니다. 단 홍콩섬과의 거리가 있어 화려한 야경을 원하는 사람들에게는 조금 실망스러울 수 있다고 하네요.
101층에는 고급 레스토랑이 있고 102층부터 118층까지는 5성급의 고급 호텔인 리츠칼튼 호텔이 입주해 있다고 합니다.
9위 상하이 세계금융센터
상하이 세계금융센터는 건물의 디자인 때문에 병따개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건물입니다.
상하이 타워가 등장하기 전까지 중국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었죠. 상하이 세계금융센터는 원래 1995년 무렵부터 구상된 건물로 프랑스의 무역 회사가 개발하고 있었습니다. 1997년에 착공한 상하이 세계금융센터는 얼마 지나지 않아 아시아 금융위기로 인해 자금난에 빠져 공사가 중단되기에 이릅니다.
이후 5년 가까이 공사가 중단되었고 2003년 말 일본의 모리빌딩 컴퍼니가 이 사업을 인수하여 공사를 다시 재개하게 되었죠. 이때 계획했던 건물의 디자인은 최상층이 원형으로 뚫려있고 사이에 구름다리를 설치하여 전망대가 있는 형태였습니다. 그런데 당시 상하이 시민들은 중국 최고 마천루 ( skyscraper )의 소유주가 일본인인 것에 큰 불만이 쌓여있었습니다.
게다가 원형으로 뚫린 공간이 일본의 국기를 떠올려 상해 한가운데 일본도를 꽂는 것과 같다는 말도 나오게 되죠.
이런 반발 때문에 모리빌딩 컴퍼니 측은 최상층 디자인을 원형에서 사다리꼴 형태로 바꾸게 되었습니다.
8위 타이베이 101
타이베이 101은 대만의 타이베이시 남동구에 있는 마천루입니다.
2004년에 개장할 당시에는 세계 최고의 높이를 가진 마천루였으나 두바이의 부르즈 할리파가 개장하면서
1위의 자리를 내어 주게 되었죠. 타이베이 원오원은 세계금융센터 역할을 맡고 있어 대부분 오피스로 사용되고 있으며
증권 거래소인 대만 증권거래소가 입주해 있습니다.
호텔이나 별도의 거주층은 건물에 입주하지 않았다고 하네요. 91층과 89층에는 전망대가 위치해 있는데
91층은 실외 89층은 실내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타이베이 101에서는 매년 새해마다 자정 시각에 맞춰
화려한 불꽃놀이도 개최하고 있습니다. 뉴욕의 타임스퀘어처럼 대만을 대표하는 신년 맞이 명물로 유명하죠.
매년 12월 31일이 되면 이 불꽃놀이를 보기 위해 타이베이 101역 부근은 인산인해를 이루기 시작합니다.
한편 이 건물은 국내 기업인 삼성물산에서 지은 건물로 알려져 있기도 합니다.
7위 광저우 CTF 금융 센터
중국 광둥성 광저우시에 위치한 CTF 파이낸스센터는 중화권 최고의 주얼리 업체인 저우다푸가 소유하고 있는 마천루입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이 건물은 저우다푸의 중국 광저우 지사 역할을 하게 되었습니다.
원래 2005년에는 서쪽에 먼저 지어진 광저우 국제금융센터와 공원을 사이에 두고 쌍둥이 건물로 지어질 예정이었습니다. 하지만 저우다푸가 이 사업을 인수하여 건물의 높이를 상향 조절하는 등의 계획을 변경하게 되어 지금의 CTF 광저우 금융 센터가 탄생하게 됐죠.
광저우 CTF 금융 센터는 엘리베이터가 굉장히 유명합니다. 일본의 히타치에서 제작한 이 건물의 엘리베이터는
세계 최고의 속도를 자랑하고 있는데, 시속으로 환산하면 무려 75km/h라고 합니다. 이 엘리베이터를 타면 1층에서 95층에 이르기까지 단 42초밖에 걸리지 않죠. 또한 이 건물은 저우다푸에 광저우 지사를 비롯하여 고급 오피스, 6성급 호텔 등이 들어서 있기도 합니다.
6위 제1 세계무역센터
제1 세계무역센터는 미국 경제를 대표하고 자본주의의 상징인 건물이자 미국에서 가장 높은 건물입니다.
과거에 있었던 세계무역센터를 정식으로 계승하는 건물이기도 하죠. 이 건물의 처음 재건 계획은 이전의 디자인으로 그대로 짓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유가족의 거센 비판을 직면하게 되어 복원 공사는 상당히 오랫동안 진척되지 못했습니다.
때문에 몇 번의 디자인의 변경이 이루어지다가 2005년 6월에 발표된 디자인으로 결정되었습니다.
이 빌딩은 과거의 트라우마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빌딩 하단부를 두꺼운 콘크리트로 만드는 등의 세심한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국내에서는 하드 아이스크림 더위사냥과 디자인이 비슷해서 더위사냥 빌딩이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죠.
5위 롯데월드타워
롯데월드타워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자 OECD 가입국에서 가장 높은 빌딩입니다.
롯데월드타워는 극강의 시설과 서비스를 자랑하는 빌딩이기도 합니다. 롯데의 6성급 호텔 브랜드인 시그니엘 호텔이 들어서 있습니다. 시그니엘은 시그니처와 롯데의 L을 합친 합성어죠. 42층부터 71층까지는 시그니엘 레지던스라는 최상급 주거 브랜드가 들어서 있습니다. 42층은 입주민들을 위한 라운지로 레지던스 카페, 수영장, 실내 골프연습장, 피트니스 룸 등이 갖춰져 있습니다. 시그니엘 레지던스는 420억 원으로 거래된 적이 있어 우리나라 주거지 중 최고 매매가 기록을 가지고 있기도 합니다.
4위 핑안 파이낸스 센터
중국 광둥성 선전에 위치한 핑안 파이낸스 센터는 115층의 1동과 66층의 2동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 중 메인 타워는 중국에서 두 번째, 세계에서는 네 번째로 높은 건물이죠. 이 건물은 2012년 무렵,
철근에 염분이 포함되었다는 논란으로 2013년 중반까지 공사가 중단되었다가 2017년에 완공되었습니다.
초기에는 크고 아름다운 첨탑을 계획했지만 비행기 항로에 위치한 이유로 첨탑이 대폭 줄어들어 많은 이들의 아쉬움을 받기도 했죠. 현재 이 건물은 핑안 국제 생명보험의 사옥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3위 알베이트 타워
알베이트 타워는 메카 로열 클락 타워호텔이라는 이름으로도 불리는 건물입니다. 이 건물은 세계에서 가장 넓은 건물인 동시에 세계에서 가장 높은 시계탑이기도 합니다. 알베이트 타워는 총 7개의 복합 마천루 ( skyscraper )로 구성되어 있고 그중 가장 높은 건물인 120층짜리 클락 타워가 있습니다. 그리고 이 클락 타워를 중심으로 좌우에 쌍둥이 빌딩으로 건설된 잠잠 타워와 하자르 타워가 있죠.
하지만 우리는 이 멋진 알베이트 타워에 갈 수 없습니다. 코란에 따라서 무슬림이 아닌 사람은 메카에 들어가는 것이 불가능한데 알베이트 타워는 사우디아라비아의 메카에 있기 때문이죠.
2위 상하이 타워
상하이 타워는 중국 상하이 푸동 신구의 한가운데 위치해 있고 중국에서 가장 높은 건물로 기록된 건물입니다.
상하이 타워는 전체적으로 꽈배기 같은 모양을 한 것으로도 유명하죠. 이 디자인은 바람에 건물이 부딪히지 않고
외벽을 돌아 풍속이 느려지게 하여 건물이 떨리는 와류진동을 막아주기 위한 것이라고 합니다.
풍공학 전문 팀은 실험을 통해 180도 비트는 것이 바람의 영향이 가장 적고 안정감이 크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합니다.
하지만 상하이 타워는 비용상의 문제로 120도만 튼 모습으로 완성되었죠.
이 디자인은 비상하는 용을 형상화했다고도 합니다. 하지만 상하이 타워는 이런 멋진 외관과 세계적인 명성과는 달리
공실률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하네요.
1위 부르즈 할리파
부르즈 할리파는 아랍에미리트의 도시 두바이에 있는 세상에서 가장 높은 건축물입니다. 전망대에 올라서면
멀리 있는 바다와 도시를 모두 조망할 수 있고 밤에 하는 분수쇼도 볼 수 있죠. 이 건물에는 세계 무역센터에서 사용하던
엘리베이터 환승 시스템인 스카이 로비를 비롯하여 최첨단 시설이 집대성되어 있습니다. 공사비는 무려 4조 4천억 원을 들였죠. 건축은 삼성물산, 아랍텍, 베식스 등의 건설사가 담당하였습니다. 500미터를 넘어가는 부분부터는 삼성물산이 단독으로 공사를 담당하게 됐는데 3일에 1층씩 올라가는 초고속 건설을 성공시켰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부르즈 할리파는 두바이의 랜드마크인 만큼 영화에 등장하기도 했습니다. 2011년에 개봉한 '미션 임파서블 : 고스트 프로토콜'에서 주요 배경으로 나온 적이 있고 '인디펜던스 데이 : 리써전스'에서도 부르즈 할리파 빌딩이 등장했습니다.
예정 제다 타워 사우디아라비아의 제다에는 부르즈 할리파 보다 더 높은 제다타워를 짓고 있습니다. 인류 최초로 1km가 넘는 높이로 공사가 진행 중이죠. 이 제다 타워는 본래 1600m의 높이로 기획되었으나 현재는 지반 문제로 1007m의 높이로 계획이 수정되었습니다.
현재 공사 현장을 보면 주위에 아무것도 없는 허허벌판이죠. 하지만 타워가 완공될 쯤에는 두바이처럼 신도시가 조성되어 있을 것이라고 하네요.
마천루(skyscraper)의 저주
지금까지 세계에서 가장 높은 건물들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성공적으로 건설된 마천루는 경이롭고 멋지지만
어두운 이면도 존재합니다. 바로 마천루의 저주 때문인데요. 1999년 도이체방크의 앤드루 로런스가
100년간 사례를 분석해, 내놓은 경제학 가설입니다.
역사적으로 초고층 빌딩은 경제위기를 예고해왔다고 합니다. 천문학적인 비용이 드는 마천루 건설은
경제가 활황일 때 착공되지만 완공될 쯤에는 경기 순환에 따라 경제가 불황에 빠질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이죠.
다른 문제도 있습니다.
마천루의 실용적 필요에 의한 높이는 230m 남짓이고, 그 이상의 높이를 가진 건축물들은 합목적성과 경제성이 안 좋아진다고 합니다. 미국의 수학자인 존 캐스티는 그의 저서인 '대중의 직관'에서 이런 말을 하였습니다.
어떤 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높은 건물을 짓겠다고 첫 삽을 뜨면 최대한 빨리 그 나라 주식 시장에서 빠져나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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