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파 망원경으로 외계 문명의 메세지를 찾는 세티 프로젝트.
세티와 세티의 전신 오즈마 프로젝트는 지난 60여 년 동안 외계에서 보냈을지도 모를전파를 탐색해왔습니다.
그러나 지금까지 확인된 것은 침묵하는 우주 뿐입니다.
우주가 침묵하는 이유에 대해 우리는 여러 가정을 할 수 있습니다.
우주에는 정말 우리만 존재하고 있다.
존재하는 생명체가 있지만 전파를 발신할 정도의 고등생명체가 없다.
고등생명체가 있지만 아직 시간과 노력이 부족했을 뿐이다.
세티는 최근까지 지구에서 백 광년 내에 있는 수천 개의 별을 탐색하는 데 그쳤습니다.
우리 은하만 해도 10만 광년에 걸쳐 4000 억 개의 별이 흩뿌려져 있으니, 수천 개는 어쩌면 부족한 노력일지도 모릅니다.
과연 그들은 얼마나 희박하게 깔려 있길래 수천 개가 부족한 노력처럼 보일까요?
산에서 산삼을 캐려면 그 산에 산삼이 얼마나 깔려 있을지 한번 따져보는 게 순서일 겁니다.
드레이크 방정식을 통한 외계 생명체 유무 검증
세티의 창시자이자 전파천문학자인 프랭크 드레이크는 1961년에 우리 은하에 외계 문명이 존재할 가능성을 따져보기 위해 다음과 같은 식을 만들었습니다.
드레이크 방정식이라는 이름이 붙은 이 식은 언뜻 복잡해 보이지만 사실 간단한 곱셈식입니다.
그러니까 오른쪽의 각 항목들의 확률을 곱해서 왼쪽의 N, 즉 우리 은하에서 교신을 시도할 가능성이 있는 문명의 개수를 구하는 것입니다.
각 항목은 현실적인 가능성을 고려해 우리 은하, 태양계, 지구의 표본을 바탕으로 했습니다.
드레이크 방정식은 이후 외계 생명체와 관련된 논의에서 단골로 등장하는 유명한 식이 되었습니다.
그러면 드레이크 방정식의 각 항목을 살펴보면서 그들이 얼마나 깔려있을지 한번 파헤쳐보도록 하겠습니다.
R스타는 우리 은하에서 태양과 비슷한 별이 태어나는 비율입니다.
130억 년 전, 우리 은하가 처음 생겨난 뒤 별은 태어나고 죽기를 반복해 왔습니다.
지금도 매년 평균 일곱 개의 별이 새로 태어나고 있습니다.
현재 우리 은하에서 태양과 비슷함 별의 숫자는 100억 개 정도로 추정됩니다.
그러면 R스타 값은 가장 낙관적으로 잡으면 매년 7개, 비관적으로 잡으면 매년 1개로 볼 수 있습니다.
fp는 별이 행성을 거느리고 있을 확률입니다.
드레이크 방정식이 만들어지던 1960년대만 해도 외계 행성의 존재를 추측만 하던 때라 fp 값은 명확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외계행성 발견이 빠른 속도로 이루어지고 있는 현대에 들어서 fp 값은 1에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사실 거의 모든 별이 행성을 거느리고 있다고 보는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단순 행성의 숫자가 아니라 실제로 생명체가 살 수 있는 환경을 갖춘 행성일 겁니다.
케플러 위성의 관측에 따르면 ne값은 10에서 20%로 추정할 수 있습니다.
태양계에서는 지구와 화성이 해당됩니다.
여기까지는 그래도 쉬운 편입니다. 실제로 얻어진 관측 사실에 바탕을 두고 있기 때문입니다.
진짜 어려운 건 다음부터입니다.
fl은 이제까지 조건을 만족하는 행성에서 생명이 태동한 확률입니다.
생명이란 적당한 조건을 갖추기만 하면 필연적으로 탄생하는 것인지,
아니면 불가능에 가까운 우연으로 탄생하는 것인지,
우리는 아직 그 답을 알지 못합니다.
만약 지금 진척되고 있는 화성탐사에서 미생물을 발견하거나 과거에 미생물이 존재했던 흔적이라도 발견하게 된다면 fl은 1에 가깝게 놓아도 좋을 겁니다.
하지만 그런 증거를 찾기 전까지는 낙관주의와 비관주의가 충돌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불확실성은 다음 항목들에도 이어집니다.
fi는 그렇게 태어난 생명체가 지적 생명체 로 진화할 확률입니다.
만약 진화가 곧 진보를 의미한다면,
우리는 그 진보의 정점을 지능을 가진 생물, 지구 기준으로는 호모 사피엔스로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진화가 곧 진보라는 생각은 좋게 보면 지나친 단순화이고 나쁘게 보면 분명한 오류일 수 있습니다.
다윈 진화론의 핵심은 진화의 방향이란 결정된 것이 아니며 어떤정점을 향해 필연적으로 나아가지도 않는다는 것입니다.
지능은 필연이 아니라 그런 무작위적인 과정에서 등장한 우연일 수도 있습니다.
지능의 발생이 필연인지 우연인지 생각해보기 위해
생물학에서 흥미로운 논쟁거리 중 하나인 생태적 지위라는 개념을 한번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1억 8천만 년 전, 초대륙 고드와나와 로라시아가 떨어져 나갔을 때 동물의 진화는 두 지역에서 다른 방향으로 진행되었습니다.
곤드와나에서 분리된 오스트레일리아에서는 태반이 없는 포유류, 즉 유대류가 번성했고,
나머지 대륙에서는 태반이 있는 포유류가 지배했습니다.
오스트레일리아의 원시동물 틸라콜레오는 처음에는 초식성 유대류였습니다.
그러나 5만 년 전에 와서는 북아메리카의 검치호를 닮은 육식성 동물이 되었습니다.
검치호는 틸라콜레오와 달리 육식성 포유류의 후손입니다.
만약 생태계에 포식자의 자리란 게 정해져 있고, 그 자리가 비어 있다면
누군가가 그리고 언젠가는 그 자리를 차지하게 되는 걸까요?
자연계에는 이러한 생태적 지위를 차지한 예가 많습니다.
그렇다면 지능도 그런 생태적 지위에 해당하는 요소였을까요?
그러니까 우리 인류가 지능을 차지하지 않았다면 다른 생물종이 그 빈 자리를 차지했을 수도 있었을까요?
만약 그렇다면 지능은 우연이 아닌 필연일 가능성이 높은 요소입니다.
그러나 지구의 역사를 돌이켜볼 때,
우리보다 훨씬 오랜 기간 번성했음에도 인간 수준의 지능을 발달시킨 생물은 없었습니다.
공룡은 무려 1억 6천만 년 동안 지구를 지배하면서도 로켓을 만들어 달에 가지 못했습니다.
오스트레일리아에서 5천만 년 동안 고립된 생활을 해온 유대류도
우리 기준으로 보면 복싱 능력 이상의 지능을 발달시키지 못했습니다.
아메리카와 마다가스카르처럼 넓은 지역에 걸쳐 다양한 종이 서식하는 곳에서도
지능을 가진 생물은 출현하지 못했습니다.
어쩌면 지능은 진화의 역사 속에서 극히 보기 드물게 일어난 사건일지도 모릅니다.
필연이든 우연이든 우주의 고등 생명체가 탄생할 것이라고 가정해 봅시다.
그렇다면 이번에는 과학의 발달 역시 필연적인가 하는 질문을 던질 차례입니다.
이 부분은 치열하고 위태로웠던 과학사를 언급해야 할 부분이겠지만
어쨌든 과학이 반드시 지능의 다음 단계일 거라는 생각은 성급한 결론일 수도 있습니다.
과학사가 아니라도 만약 15세기에 소행성 하나가 떨어져 동서양 문명이 심각하게 파괴 되었다면
지금의 과학기술은 탄생하지 못했을지도 모릅니다.
드레이크 방정식의 마지막 항목은 고등문명의 평균수명입니다.
지성체로 이루어진 사회와 기술문명은 본래 불안정합니다.
그래서 다른 생물종처럼 자연적인 존속기간을 장담하기 어렵습니다.
낙관적인 프랭크 드레이크조차 L을 1만 년으로 잡았습니다.
만약 지능이 생명체의 존속기간을 단축시키는 요인이라면,
공룡은 우리에게 이렇게 빈정댈지 모르겠습니다.
"겨우 1만 년 번성하려고 지능을 선택한 거니?"
외계의 고등문명도 스스로 기술을 통제하지 못해 오래 전에 자멸했을지도 모릅니다.
아니면 우리가 자멸한 뒤 먼 미래에 그들의 문명이 탄생할 수도 있습니다.
외계 신호를 탐색하는 일은 어쩌면 기적적인 우연으로 동시대에 살고 있는 친구를 찾는 일일지도 모릅니다.
이제 결과치 N을 알아볼 차례입니다.
불확실성이 많은 드레이크 방정식은 결국 낙관적인 결과와 비관적인 결과로 나뉠 수밖에 없습니다.
비관적인 예측으로 보면 우리 은하계에 의사소통이 가능한 문명의 수는 0.000002개가 나옵니다.
거의 없는 셈이나 마찬가지네요.
반대로 낙관적인 예측은 마치 일곱 번 연속으로 로또에 당첨되는 행운이 따른다면 280만 개가 나옵니다.
280만 개. 언뜻 큰 숫자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우리 은하계의 크기의 비한다면 이 역시 아주 작은 숫자에 불과합니다.
해운대 백사장의 모래알이 우리 은하의 모든 행성들이라면 280만 개는 모래알 한 줌에 해당됩니다.
모래알 한줌을 해운대 백사장에 골고루 뿌려두었을 때 모래알과 모래알이 서로를 발견할 확률은 얼마나 될까요?
드레이크 방정식은 많은 불확실성에 의존하고 있지만 그래도 우주와 외계 생명체를 더욱 깊이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줍니다.
그리고 우리의 문명이 오래 존속될수록 우주가 침묵하지 않을 가능성이 커짐을 시사해 줍니다.
최소한 침묵하는 이유가 무엇인지는 알려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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